Interview with Jean-Francois Porchez with Design Jungle
쟝-프랑스와 포르쉐(Jean-Francois Porchez, 1964년 생)는 저명한 타이포그라피 연구가 제라르드 블랑샤르(Gerard Blanchard, 1998년 8월 타계)의 평가대로 프랑스의 전통적인 타이포그라피의 역사를 계승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타이포 디자이너.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포르쉐 티포퐁데리(Porchez Typofonderie)라는 세체 제작실을 운영하며 작업중인 그는 프랑스의 대포적인 지성지인 <르 몽드(Le Monde)> 지의 1994년도 활자 개정화 프로젝트에 참여, 새로운 “르 몽드”체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르 몽드 주르날체를 기본 서체로 출발한 그의 이른바 “르 몽드 패밀리”는 세리프체, 상세리프체, 이탤릭체를 혼합한 르 몽드 상체, 르 몽드 쿠리르와 르 몽드 리브르(책 섹션판 용)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단순한듯 하면서도 우아한 것이 특징. 절제되고 섬세하면서도 읽기 쉬운 서체를 창조한다는 작가의 서체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포르쉐는 프랑스 국립타이포그라피연구원(ANRT: Atelier Nationale de Recherche Typographique)에서 세체 디자인 공부를 마친후 80년대 말부터 드라공 루즈(Dragon Rouge)의 세체 디자이너 겸 컨설턴트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89-95년 FF 앙지(FF Angie)체와 93-95년 아폴린(Apolline)체로 일본 모리사와 타이페이스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래, 94년 <르 몽드> 지의 세체 개정 작업에 참여하는 한편 파리 지하철공사 포스터용 서체로 1930년대 포스터에서 강하게 영감받은 아니세트(Anisette)체를 개발하는등 꾸준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한편 현재 그는 극제타이포협회인 Typographic Circle & the Association typo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typI)의 프랑스 대표로 활약하면서 틈틈히 프랑스의 전통 서체에 대한 저술활동과 대학 강의까지 맡고 있다. 필자는 포르쉐의 작품세계와 철학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정글: 처음 타이포그라피의 세계에 접하게 된 시기와 디자이너로 성장하기까지의 정규/비정규 교육과정은 어떤 것이 있었나? 당신의 타이포그라피 혹은 타이포그라피 디자인에 대한 관점 및 철학을 형성시킨 결정적인 스승, 미술가, 미술운동 등은 무엇이었나?
포르쉐: ANRT에 1학년에 재학중이던 시절 나는 그래픽 디자인 수업시간을 통해서 타이페이스 디자인을 칼리그라피(calligraphy)와 연결시켜 보기 시작했다. 당시 그래픽 디자인 수업을 담당하던 교수는 칼리그라피 분야의 로낭 르 헤나프(Ronan Le Henaff)였는데, 그는 당시 ANCT(Atelier national de Creation Typographique)에서 타이포그라피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2년후 나는 대학 친구들과 서체 디자인 개발을 시작했다. 졸업하던 해 나는 타잎페이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의 FF 앙지(FF Angie)체다. 비슷한 시기, 나는 몇몇 패키징 디자인 에이전시와 CI 디자인 에이전시의 주문을 받아 로고타입 제작일을 맡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베르나르 아랭(Bernard Arin)-베르나르 아랭은 1968년부터 프랑스의 타이포 연구소인 스크립토리움 드 툴루즈(Scriptorium de Toulouse)를 운영하고 있었다-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타이포 디자인의 근원은 칼리그라피에서 출발한다는 기초를 내 머리속 깊이 심어준 스승이었다. 그 이후로 칼리그라피는 내가 타이포 디자인을 시작할 때마다 1차적인 자료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실제로 디자이너에게는 책에서 얻는 지식과 “독학”이 스승들로 부터 얻는 것보다 월등히 크며 나 또한 독서와 독학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타이포그라피의 역사에 관한 저술물을 주로 영문으로 출판된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영어 타이포로 인쇄된 서체전문 서적을 읽으면서 영어를 습득하게 되었다. 당시 프랑스인에게는 프랑스어에 견줄만한 언어란 없다는 관념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내가 책으로 부터 큰 영감을 받은 책들로는 세바스챤 카터의 <1920년대의 타이포 디자이너들>, 알렉산더 랜슨(Alexancer Lanson)의 <타이페이스의 해부학(Anotomy of Typeface>, 헤르만 챠프(Herman Zapf)의 디자인 철학에 관한 저술서, 그리고 월터 트레이시의등은 나를 타이포디자이너로 키워준 기본서들이다. 그 후 나는 ANCT에서 1년 간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이미 이 시기 나는 타이포디자인에 대한 기초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ANCT에 입학하기 전 모리사와 타이포디자인 공모전에서 나의 작품이 수상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바로 이 즈음 “나는 타이포 디자이너가 될거야!라고 결심했다.
쟝-프랑스와 포르쉐가 1994년에 디자인한 르몽드 리브르 클래식체.
정글: 당신은 프랑스인 디자이너로서 프랑스 타이포그라피의 역사와 전통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고 있는가? 그리고 그와 같은 요소는 현대 당신의 타이포 디자인에 어떻게 반명되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타이포그라피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무엇을 꼽는가?
포르쉐: The Recontres internationales de Lure (ATypI과 동급의 프랑스 타이포그라피 협회로서 막시밀리앙 복스(Maximilien Vox)에 의해 1950년대에 결성되었다) 협회는 프랑스 전통의 타이포디자인 전통의 맥을 잊는 본산이다. 작년에 타계한 제라르드 블라샤르는 내가 지닌 “프랑스 전통적”인 타이포그라피적 기질을 드러내 준 은인이다. 나는 그와 타이포 디자인의 역사와 현대적 문제를 놓고 여러번 토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구세대 타이포 디자이너들과 신세대 타이포 디자이너들 간의 간극의 격차가 심하다. 더구나 요즘 세대 중에는 슈피커만(Spiekerman)이나 스톤(Sumner Stone)과 같은 거장이 없다. 다행히도 The Recontres internationales de Lure를 통해서 라디슬라스 만델(Ladislas Mandel), 르네 포노(Rene Ponot)와 같은 거장들을 직접 만나서 프랑스 타이포디자인의 전통에 대해 토론하고 견해를 나눌수 있다. 그들의 생각과 앵글로-색슨(영미의 타이포 디자인)을 비교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모든 국가마다 제나름의 전통과 타이포디자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동일한 타이포 형식을 지니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우선 언어가 구조적으로 다르고 타이포 디자이너들 자신이 익숙한 모국어 안에서 타이포 디자인을 구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일어 텍스트 리듬은 라틴계 혹은 프랑스어의 그것과 다르지 않는가. 쟈프와 슈피커만과 같은 독일권 타이포 디자이너들은 구조적이고 반듯하며 사각형 위주의 폭이 좁은 타이포 형태를 개발했다. 그와 상반되게 나는 프랑스어의 텍스트 구조와 균형을 이루는 상대적으로 폭이 넓은 형태를 디자인하고 있다.
정글: 당신은 학생 시절, 초기 디자이너 시절을 거쳐 오는날의 기반잡힌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스타일이나 타이포에 대한 관점에 변화를 겪었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것이었나?
포르쉐: 그렇지 않다고 본다. 폰트 디자인이란 여러번 변화를 겪기에는 너무도 긴 여정이다.
정글: 새로운 타이페이스의 제작 출시 회수는 얼마나 되며 당신이 운영하는 티포퐁데리의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포르쉐: 글쎄. 현재로는 클라이어트의 주문 두 종과 내 개인 작업 두 종을 작업중이다. 그 첫번째로 1995/96년에 파리 메트로(파리 지하철 공사)를 위해 완성한 파리신느(Parisine)체의 확장판으로서 볼드체군과 볼드 이탤릭체군의 가독성 및 공간경제성을 최적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로마자 6군과 이탤릭 6군 도합 세리프체 12군을 새로이 개발하고 있는데 다음 달 중으로 완성을 예상하고 있다. 두 번째 작업은 이탈리아의 코스타 크로아시에르(Costa Croiciere) 사-카탈로그를 통해서 전세계로 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는 회사-의 주문으로 서체를 제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전과 다른 독특한 스타일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라이트 및 볼드체를 포함한 4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에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는 르 몽드체의 일부분으로 르 몽드 리브르 클래식(Le Monde Livre Classic)체는 이미 출시한 바 있는 르 몽드 리브르체의 또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나는 이 르 몽드 리브르 클래식체에 곡선 및 꺽임과 장식을 많이 가해 역사적 고전성이 돋보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여기에 포함된 이탤릭체군은 표준 이탤릭체를 한층 정교화시켜 스와시 버젼으로 발전시켰다. 마지막으로 작업중인 서체는 파리신느족의 확장판인 파리신느 플러스(Parisine Plus)체로 원래 상세리프 족에 속해있는 파리신느체와는 매우 다른 서체이다.
정글: 당신은 파이 지하철 공사, 푸조 자동차 등 독특한 서체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클라이어트를 상대로 제작하고 있는데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고 설득시키는 나름의 전략은 무엇인가? 특정한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포르쉐: 나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왔다. 그래서인지 클라이언트들에게 내 작업을 잘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르 몽드의 경우, 내가 르 몽드에게 새로운 서체를 제안했을 당시 그들은 서체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몇 주간의 설득끝에 그들은 내가 제안한 신서체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면밀하게 계산되고 디자인된 서체가 독자의 가독률을 증가시키고 매체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음을 그들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서체 개정 이후 르 몽드 지의 판매부수는 더 증가했다. 서체와 더불어 편집 레이아웃도 함께 개정하여 효과를 높였다. 그 결과에 대해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오늘날 르 몽드는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주문제작된 서체를 사용하는 신문이다.
정글: 당신은 타이포디자인과 저널 및 서적 출판은 물론 후학양성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 강의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어떤 내용을 주로 강의하는지?
포르쉐: 나는 디자인 이외의 활동을 통해서 내 디자인을 더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를 얻는다. AtypI과 같은 협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이포그라피 전반에 기여하기도 한다. 작년에 나는 <프랑스 문자 (Lettres Francaises)>라는 책을 출간했다. 20세기초부터 최근래 프랑스의 디지털 타이페이스까지 총망라하여 프랑스 서체에 대한 세계적 인식을 높이고자 한 것이 취지이다. 이 책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불 대역판으로서, 매튜 카터(Matthew Carter), 데이빗 버로우(David Berlow)의 폰트 뷰로(Font Bureau), 제라르드 뷰로(Gerard Bureau), 레테러(LettError), 캐롤 트웜블리(Carol Twombly) 등 유명 타이포 디자이너 및 타이포 제작소에 관해 <에타프 그라피크(Etapes Graphique)>, 등 유명 타이포그라피 저널에 기고한 나의 글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그 밖에도 나는 프랑스 내의 각종 타이포 관련 이벤트를 조직하기도 한다. 작년 ATypI 컨퍼런스가 주최한 멀티타이포 98(MultiTypo 98)에는 전세계 500명의 관련인사들이 모여 28회의 강연 및 전시회, 그룹 토론회, 방문회 등을 가졌다. 나는 디자이너 일을 시작한 지 1년후부터 지금까지 파리 내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해 왔고, 현재는 파리에 있는 고등 국립 장식미술 학교 (Ecole Nationale des Arts Decoratifs)에서 고급 강의만을 하고 있다.
정글: 날이 갈수록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현대의 디자인과 컴퓨터 사용의 확산 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실제로 당신의 작업은 컴퓨터와 수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키며, 미래의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포르쉐: 나는 원래 종이에 타이페이스 디자인하도록 교육받지만, 여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그렇듯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디자인하는 방법을 빨리 습득했다. 현재 나는 초벌 디자인부터 컴퓨터에 바로 타입페이스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소스에 충실을 기하기 위해 기초 스케치와 칼리그라피를 스캔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작은 서체(대문자 높이 2센치 이하 크기)를 직접 손으로 종이에 그리는 것이 스크린 상에 디자인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나는 소프트웨어의 노예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 스스로 못할리가 있겠는가. 나는 90년대초 종이상의 폰트 디자인을 디지털화시키는 소프트웨어인 URW 이카루스 (URW Ikarus)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매크로미디아 폰토그라퍼 (Macromedia Fontographer)와 때때로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를 사용했다.
지금은 폰토그라퍼, 로보포그(Robofog), 폰트랩(FontLab) 그리고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작업을 위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추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는 로보포그의 철학이 점점 더 맘에 들어하는 편인데, 레테러(LettError)와 네덜란드계 타이포 디자이너들이 타이포 디자이너들을 위해 만든 전문 소프트웨어라는 점 때문이다. 로보포그의 컨셉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피턴 언어(Python language)로 구성된 스크립트를 이용하여 폰트를 디자인 제작할 수 있도록 하여 소프트웨어 자체의 한계성을 극복하였다. 게다가 로보포그 사용자라면 누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본인들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사용법 문의 및 개선, 새로운 기능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역으로 로보포그 개발진들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속하게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컴퓨터는 내 폰트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독자적인 전문서 탐독, 그 가운데에서도 역사와 관련돤 독서가 내 디자인에 결정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라틴계 타이포 형식은 이미 20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과거를 잘 알고 있어야 어떤 폰트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폰트 디자인이 현재 테크놀러지를 좌우하지 그 역은 성립될 수 있다.
정글: 마지막으로, 비 라틴계 알파벳 문자 서체에 대해 당신은 특별한 견해를 지니고 있는지? 혹시 비 로마자 알파벳 혹은 외국어 표기문자들 가운데 당신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포르쉐: 표기 문자와 타이페이스가 지닌 문화적 측면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특정 국어/외국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특정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타이페이스를 함부로 디자인할 수 없다. 라틴 문자의 형태를 다른 문자를 디자인하는데 차용하는 것은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역겨운 효과를 낳기 십상이다. 다만 디자인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들을 전수할 수 있을뿐이지 하나의 언어에 적합한 형태적 특성을 다른 언어의 문자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와 같은 역작용은 이미 역사를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어가 기반하고 있는 라틴계 문자와 가장 근접한 시릴릭(Cyrillic)과 라틴계 문자와 지중해권 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그리스어 문자로 나의 관심을 한정시키고 있다. 요즘은 몽드 시릴릭 (Le Monde Cyrillic)체 개발에 한창이다. 참고로 나의 조모가 러시아 출신이었다.
인터뷰/ 박진아 (오스트리아 통신원)


